[서평]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

2026. 5. 4. 00:56·자기계발/독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정에서 시작하는 일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나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자주 잊고 일해왔던 것 같다. 친해졌으니까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같은 목표를 보고 있으니 당연히 말이 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친밀함과 이해는 다른 문제였다.

 

이 책은 조직에서 생기는 문제를 단순히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가”로 보지 않는다. 각자는 자기 자리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고, 그 합리성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내러티브”의 차이로 설명한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놓인 환경, 책임, 경험, 역할 속에서 세상을 해석한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이상해 보이는 행동도 상대의 내러티브 안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

 

이 관점이 좋았다. 동시에 조금 아팠다. 나는 그동안 일하면서 상대가 왜 그런 판단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맞는 말, 효율적인 방법,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곧 정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상대가 동의하지 않으면 답답했고, 때로는 상대가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내가 보지 못한 것은 상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불완전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인정과 이해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좁은 내러티브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욱 깊이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대화”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니다. 말을 부드럽게 하는 법도 아니고, 상대를 설득하는 요령도 아니다. 대화란 나와 상대 사이에 놓인 골짜기를 알아차리고, 그곳에 다리를 놓는 실천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나의 내러티브를 잠시 옆에 두고 상대의 세계를 관찰해야 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하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 저렇게 판단하고 있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가 떠올랐다. 관찰과 평가를 분리하고, 판단보다 이해를 먼저 시도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다만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그 태도를 조직과 일의 언어로 옮겨 놓은 책에 가깝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갈등,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반대하는 상황, 말하기 어려운 것을 억누르는 분위기, 권력과 역할이 만들어내는 거리감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정론”만으로는 조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맞는 말을 하는 것과 일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그것이 상대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회사의 현재 방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상대가 겪는 곤란을 어떻게 덜어주는지 설명되지 않으면 골짜기는 좁혀지지 않는다. 나 역시 일하면서 “좋은 말”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상대의 맥락에 초대하지 못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읽으면서 저자에게는 일종의 인간찬가에 가까운 태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그것은 “사람은 모두 선하다”는 순진한 낙관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각자의 내러티브에 갇혀 서로를 오해하고, 때로는 상대를 도구처럼 대하며,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조직 안에서 골짜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불완전한 인간이 다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 나는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라고 느꼈다.

 

원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 세상에 중립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내러티브를 갖고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편향된 존재다.

 

이 책은 대화를 낭만적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상대에게 영합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내 생각을 강요할 수도 있다. 너무 가까워져 다른 사람들과 멀어질 수도 있고, 아무 성과가 나지 않아 지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대화가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우리가 대화하는 이유는 조직 안에서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해서이고,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조직론이면서 동시에 삶의 태도에 관한 책처럼 읽혔다. 일을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조직 속에서 긍지 있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타인과 일한다는 것은 결국 계속해서 실패하고 오해하면서도 다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직장에서 사람 때문에 답답함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나는 맞는 말을 하고 있는데 왜 상대는 움직이지 않을까?”,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판단할까?”, “조직은 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굴러갈까?” 같은 생각을 자주 해본 사람이라면 얻어갈 것이 많다.

 

리더나 매니저뿐 아니라, 실무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다.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이 꼭 직책이 높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동료, 상사, 다른 팀과의 관계 속에서도 작은 골짜기는 계속 생긴다. 이 책은 그 골짜기를 무시하거나 상대를 탓하는 대신, 어떻게 관찰하고 해석하고 다리를 놓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이 단순히 “대화를 잘하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를 친절한 말투나 원만한 분위기 정도로 축소하지 않고, 서로 다른 내러티브를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실천으로 다룬다. 그래서 읽고 나면 당장 누군가를 설득하는 기술보다, 내가 상대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함께 일하는 일을 조금 덜 냉소적으로 보게 만든다. 조직에는 답답한 일도 많고,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상대의 맥락을 보려는 시도, 내 관점을 잠시 내려놓는 태도, 다시 대화를 시작하려는 선택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더 좋은 조직을 만들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일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나에게 이 책은 대화에 대한 책이기 전에, 내가 얼마나 내 관점 안에 갇혀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타인과 일한다는 것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들과 다리를 놓는 일이다. 그리고 그 다리를 놓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동료가 되고 조금 더 자신의 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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