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2024.11.07~2024.11.09
직장 동료들과 같이 도전한 "2024 부산 해양데이터 해커톤"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다녀온지는 10일쯤 지났는데 글을 작성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작성한다.
결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루즈 여행은 좋았으나, 우리팀은 수상하지 못했고, "2024 부산 해양데이터 해커톤"은 좋은 해커톤 경험이 아니었다. "수상하지 못해서 해커톤을 까는게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지난 8번의 해커톤 경험 중에서 이번 해커톤은 최악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도 크루즈 자체의 경험은 좋았다. 이번 대외활동을 해커톤으로 보자면 최악이었고, 크루즈 여행으로 보자면 신선하고 낭만이 가득하면서 직장 동료들과도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팀
발단은 여느 때처럼 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대회정보를 뒤져보다가 본 대회 포스터를 발견한 것이다. 해커톤에 질리긴 했지만, 2박 3일 간 크루즈 내에서 해커톤을 진행한다는 것에 치사량의 낭만뽕을 맞았고 바로 팀원을 구하기로 했다. 여태까지는 항상 고등학교 친구, 대학 동기 또는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모집해서 참여했었는데, 센디의 동료들과 참여하면 또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직장에서 팀원을 찾기로 했다. 찾는 과정은 여차저차 생략하고.. 이렇게 센디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나) 1명, 백엔드 개발자 2명, ML 엔지니어 1명으로 이루어진 초개발특화형 [선박의 정상화] 팀이 탄생하게 되었다. 팀원 중에 "해양" 산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긴 하지만, 그걸 알고서도 팀을 꾸렸던 거라 개발자 4명이서 최대한 열심히 서칭하고 챗지피티의 힘을 빌리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회사에 해양 산업에 근무하셨던 동료 분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예선
본선이 열리는 크루즈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예선을 통과해야 했고, 아래 주제에 맞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어떤 아이디어가 나왔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까지 글로 적기에는 너무 귀찮아서 그냥 흐름만 적는다.
- 해양과 빅데이터의 융합을 메인 주제로 데이터 기반 해양산업
- 해양의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아이디어 및 서비스 메이킹 등
한 달 전부터 그냥 열심히 준비했다. 퇴근하고 모여서 2~3시간 씩 아이디어 회의하고 챗지피티를 조련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기획서를 작성했다. 연안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목록을 훑어보고 뉴스기사를 위주로 현재 해양 산업에서 문제가 되는 이슈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서칭했다. 테트라포트, 해파리, 엘니뇨라니냐, 선박 충돌사고 등등...
그리고 우리팀이 본선에 선발됐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디어가 예선을 통과한 만큼 현업에서도 문제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고, 우리가 제시한 솔루션이 심사위원들에게 납득할만한 수준은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본선
입국수속을 마치고 펜스타 크루즈에 승선하고부터 갑판 위에서 멀어져가는 육지를 보기도 하고, 탁트인 수평선을 바라보며 즐겁게 사진을 찍을 때까지는 모든게 좋았다. 이 즐거운 기분은 첫째날 중간점검 시간에 와장창 박살나고 말았다.
"현업에 대해 너무 모르시는 것 같다."
크루즈 해커톤의 문제점
이 해커톤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영해를 넘어 일본(오사카)으로 가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매우 안 된다.
- 해커톤의 요구사항이 난잡하다.
- 크루즈 환경이 너무 좁고 불편했다.
요약하자면, 크루즈는 해커톤을 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 이슈
처음부터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은 고지를 해주어서 알고 있었고 그래서 로밍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것 상관없이 인터넷이 잘 안 된다는 것 자체가 해커톤의 매우 큰 장애요소이다.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 속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보라는게 애초부터 말이 안 됐던 것이다.
요구사항의 난잡함
해커톤에서 요구하는 것이 사업성인지, 실용가능성인지, 기술력인지, AI를 썼는지 여부인지 알 수 없었고 너무 난잡했다. 사업성이 중요한 해커톤이라면 "창업 해커톤"으로 명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분명 해커톤은 "데이터 분석" 해커톤인데, 심사위원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 "데이터 해커톤" == "인공지능 해커톤"으로 생가하시는 듯한 발언. 그리고 집요하리만치 AI 기술에 대해 질문하시기도 했다. 2박 3일 짜리 해커톤에서 대체 어떤 기술력을 바라신건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불편한 크루즈 환경
인터넷 환경 외에도 흔들리는 선체로 인한 멀미, 좁은 해커톤 장소 등도 해커톤을 하는데에 매우 방해가 되었다.
총체적 난국
첫째날 중간점검 시간에 "현업에 대해 너무 모르시는 것 같다."라는 피드백을 들은 후, 기존에 준비했던 기획을 싹 다 갈아엎고 처음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했다. 개발자 4명이 개발을 다 때려치고 서칭에 들어갔다. 그런데 인터넷은 연결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매우 느렸고 필요한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는데에도 수 분이 소요됐다. 뉴스기사를 서칭해서 화면을 보는 데에도 10초 정도가 걸렸다.
그 뒤로는 뭐.. 제대로 서칭하지 못한 자료로 어거지로 논리를 끼워맞춰 발표자료를 만들고, "결과물을 만들긴 했다!"에 그치는 결과물을 발표하고 돌아왔다.
해커톤 아쉬운 점
- 크루즈를 해커톤 본선이 아닌, 수상자들을 위한 축하의 자리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 적어도 크루즈에서 해커톤을 할거면 영해를 건너지말고 부산 해안 내에서 했으면 그래도 서칭하는데 무리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 명확한 요구사항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아쉬움.
해커톤 좋았던 점
크루즈 자체의 경험은 너무 좋았다. 생애 처음으로 크루즈 갑판 위에서 맞는 바닷 바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귀국할 때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노을의 감성도 굉장했다. 단 3시간 뿐이었지만 일본 오사카에서의 관광하는 것도 즐거웠다. 3일 간 직장 동료들과도 재밌게 놀 수 있었고 크루즈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웠다. 면세점에서 맛있는 술도 살 수 있었고...
느낀 점
해당 도메인에 대한 전문가가 없으면 해커톤에서 힘들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분명 6회차쯤 해커톤까지는 염두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잊어먹은 것 같다.
그리고 해커톤은 역시 학생에게 적합한 것 같다.. 나는 분명 학생일 때보다 개발 실력과 아이디어 빌딩 등의 스킬은 향상되었지만, 그에 반해 학생으로서의 창의력, 열정, 다양한 사고방식 등을 잃어버린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것도 여러번 하면서 다시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긴한데 내가 다시 해커톤을 할 일은 없지 않을까? 체력도 체력이지만 학생일 때 가지고 있던 도전정신? 열정? 등이 지금의 나에게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해커톤을 너무 많이 하기도 했다. 8번 참가에 4번 수상이면 충분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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