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2023-11-09 ~ 2023-11-10.
무박 2일 간의 해커톤 여정을 끝내고 돌아왔다. 현재는 해커톤이 끝난 지 3일이 지난 새벽이다. 해커톤이 끝난 주말 동안은 잠만 자고 놀았다. 재밌기는 하지만 역시 잠도 안 자고 몰입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팀 모집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공모전 앱에서 ABB 해커톤을 보고 사람을 모았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React 프론트엔드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프론트 개발자 확정인 상황에서 그 외의 직무를 모집해야 했다. "백엔드 개발자"와 "AI 개발자", 그리고..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 생각한 "기획자". 백엔드 개발자로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1학년 때부터 계속해서 대회를 같이 나갔지만 별 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했던 친구를 꼬드겼다. AI 개발자와 기획자는 학교 에브리타임에 홍보글을 올려서 만나게 되었다.
예선
ABB 해커톤 본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선에 합격해야 했다. 예선은 두 가지를 필요로 했는데, 하나는 아이디어에 대한 기획서이고 다른 하나는 코딩 테스트였다. 코딩 테스트는 5문제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는 기획서였는데 ABB 해커톤 서류 접수 기간이 하필 대학교 중간 기간과 겹쳐서 준비하기가 빡빡했다.
비대면 회의로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기획안용 PPT를 만들어 제출해야 했는데, 이 때 기획자분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 맨날 공대에서 보던 공대감성 밋밋한 PPT와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기획안 PPT를 보았다. 과연 기획자는 과연 다르구나.. 홀로 감탄하며 서류를 제출했고.. 우리는 예선에 통과할 수 있었다.
본선 준비
사실 준비랄 것도 없지만 마음을 졸이는 일은 있었다. 당초 11월 3일 예선 합격자를 발표하기로 했었지만 지원자가 모자랐는지 11월 7일로 발표 날짜가 밀리게 되었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11월 7일 밤이 되도 연락이 오지 않더니 11월 8일 0시 1분이 되어서야 연락 메일이 왔다. 본선 하루 전날이었다. 여러모로 운영 이슈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에 부랴부랴 대구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본선
2023-11-09 오전 9시.
본선은 대구의 엑스코에서 개최되었다. 엑스코 서관 3홀을 통째로 빌려 테이블을 깔고 각종 다과와 굿즈를 나누어주었다. 벌써 6번째 참가하는 해커톤. 해커톤스러운 분위기가 반가웠다. 처음 보는 팀원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개막식을 통해 해커톤이 시작되었다.
기획
ABB 해커톤 - AI,빅데이터(메이커톤) 트랙의 주제는 "대구광역시와 관련된 AI/빅데이터 Web/App 서비스 기획 및 개발"으로 정말 두리뭉실했다. 대구와 관련되어 있기만 하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는 듯한 주제에 머리가 아파졌다. 그러나 여러 번의 경험으로 해커톤에서는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망하는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주제일수록 심플하게, 재밌게, 방향이 확실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말 실효성이 있는 아이디어일까?"하는 물음은 제쳐두고 무박 2일 안에 개발이 가능하고 심사위원들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기 좋은 아이디어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적절한 BM은 필수이다.
"관광 인증 사진 판별 AI 앱 - 대이로그"는 위 조건을 충족시켰다. 관광 인증 사진을 AI를 사용하여 검증하고 포인트를 줌으로써 많은 관광객들에게 대구의 관광지를 돌아다녀야 할 동기를 부여한다. 이는 수익을 추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관광 활성화를 위한 공공 서비스로서 기능할 것이다. 인증 사진을 검증하는 것은 하나의 미션으로 보고, "대구 관광 활성화", "AI 사진 검증", "공공 서비스" 라는 조건은 심플하면서 방향이 확실하다. 우리 팀은 주제를 2시간 만에 결정지은 후 바로 MVP 개발에 착수했다.
MVP 개발
"사진을 찍고 업로드한다"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고, 그래서 React Native를 사용하기로 했다. 공부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프레임워크이지만 챗지피티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기획자가 빠르게 그려주는 Figma UI를 기반으로 빠르게 개발을 이어나갔다. 기획자와 지속적으로 UI 컴포너트를 어떤 식으로 구현할지, Drawer가 구현이 가능한지, 특정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선 화면을 더 추가해야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솔직히 이번 해커톤에서는 프론트 개발 부분에서는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었어서 더 적을 게 없다.
대구 관광지를 인식하는 AI 비전 모델 개발은 AI 개발자 분에게 맡겼는데, 알아서 뚝딱뚝딱 완성하셨다.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서버 개발자는 DB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가 싶더니 알아서 완성을 해오더라.
MVP 구현이 완료된 것은 11월 10일 오전 5시 경이었다. 여러 해커톤 중에서 이번이 제일 스무스하게 흘러간 것 같다. 구현에 큰 이슈도 없었고 제일 걱정되었던 AI 모델도 별 문제 없이 정상 작동했다.
AI, 빅데이터(메이커톤)의 발표자료 제출은 11월 10일 오후 12시까지 였기에 시간이 꽤나 남았다. 기획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기획자가 발표자료를 만드는 것에 고심하고 있을 무렵, 할 게 없어서 잠을 청했다.
발표
12시, 발표자료를 제출했다. 이제 발표순서까지는 꽤나 여유가 생겼다. 순번도 제일 마지막이라 3시간이나 비었다. 다른 팀들의 프로젝트도 구경할 수 있었고 꽤나 재밌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팀의 발표는 팀장인 내가 아니라 기획자가 맡았다. 기획자에게는 여러모로 짐만 맡겨서 미안하다.. 그래도 발표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 중 한 분이 "AI로 관광 사진을 인증한다 했는데, 사진이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인지는 어떻게 판별하죠? AI로 구별할 수 있을텐데 구현했나요?"라고 질문주셨다. 우리도 기획 중에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개발 시간이 부족해서 구현하지 못한 것을 어필했다. 그러나 아마도 이것 때문에 프로젝트 완성도 측면에서 점수를 깍아먹지 않았나 싶다.
우수상
11월 10일 오후 5시. 원래는 정각부터 시상식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또 연기되었다. 10분이 지나서야 시상식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이라.. 기뻐하기도 애매했고 슬퍼하기도 애매했다. 솔직한 심정으론 최우수상을 기대했는데 프로젝트 완성도에서 점수를 깍이고 밀린 거라 추측한다. 그래도 수상을 한 건 사실이었기에, 팀원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4번째 참가하는 해커톤에서 처음으로 수상한 것이었기에 무척이나 만족감이 넘쳐흘렀다. 드디어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뿌듯했고 보람찼다. 고작 3등상일 뿐이지만 스스로 이루어낸 것을 증명받았다.
결론
이번 해커톤에 함께해준 팀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일이다.
이로써 2023년 안에 수상 1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력서에 쓸 것도 생겼으니 당분간은 해커톤을 안 할 듯하다. 그러나 언제나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성과가 있든 없든 수 일간의 짧은 시간 동안 팀원들과 몰입하고 결과물을 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열심히 한 만큼 실패했을 때의 타격도 크지만.. 성공했을 때의 만족감도 무척이나 크다.
개인적으로 해커톤은 도박과 비슷하다 생각한다. 개발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아이디어 원툴인 대회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아이디어가 구리면 수상하지 못한다. 며칠 동안 만들어서 수상하면 성공이고 실패하면 시간만 날리게 되는 것이다. 잠도 안 자고 씻지도 못하면서 개발하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해커톤이 정말 재밌다. 이런게 도박 중독인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해커톤에 도전할 것이다. 대상타면 돈도 많이 주기도 하고.
그 외 자잘한 것들
이틀 동안 밥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점심저녁야식과 각종 다과까지.. 배불렀다.
정말 특이했던 휴게 공간. 개인적으론 시체존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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