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른 이유
나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님의 유튜브를 즐겨본다. 많은 현대인들이 조금씩이나마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들을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 재미있게 설명해주신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이 하나 있다.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최선의 고통"과 "도파민네이션"이라는 두 권의 책으로 "삶의 고통"에 대해서 풀어준다. 그 중에서도 "최선의 고통" 이라는 책이 궁금했고, 그렇게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인 폴 블룸은 "최선의 고통"에서 명쾌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고통이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고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게 옳은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생각해볼 꺼리를 던져준다.
선택적 고난
내가 선택해서 받는 고통은 내 삶에 가치를 더해준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공부하는 것을 포함해서, 공포영화를 즐겨보거나, 마라톤을 달리거나,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스러운 일 투성이겠지만 커다란 즐거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고난이 명예로 이어질 수도 있고, 관계를 개선할 수도 있고, 기억으로서 소비될 수도 있다. 이는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경험의 필수 요소다.
얼마 전 다녀왔던 경주 마라톤에서 10km를 달리는 내내 다리가 삐그덕거리고 발바닥이 터질 것 처럼 아파와서 괴로웠지만, 결국 완주하여 내 삶의 업적이 추가된 듯한 기분과 고난을 마무리했다는 만족감과 마라톤에서의 기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기억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조금씩 내 삶에 가치를 더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준다.
"삶의 '이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삶의 '양상'을 견딜 수 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유대인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은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홀로코스트 당시 수용소 내에서 폭넓은 삶의 목적이 있거나 목표나 관계 등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오래 생존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빅터 프랭클은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래도 삶을 재건하여 의미와 기쁨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면 어떤 고통도 감내할 수 있다".. 홀로코스트와 같이 내가 선택할 수 없으면서 내 삶의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는 고난을 갑작스럽게 찾아왔을 때 나는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몰입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에게 몰입은 어느 순간 완전히 빠져드는 강렬한 집중의 경험이다." 폴 블룸은 "좋은 삶을 만드는 것을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칙센트미하이는 직업이 몰입의 원천이면서 몰입이 좋은 삶의 특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폴 블룸은 몰입의 한계를 지적한다. 올바른 일이든 올바르지 않은 일이든 몰입에 빠질 수 있다. 저자는 삶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 질문하기 시작한다.
"불행과 고난을 통해 현실을 규정한다."
저자는 일정한 정도의 불행과 고난이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애시당초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불행과 고난이 닥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고난을 개선해나가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고난을 선택하기도 한다.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거나 공포 영화를 보거나 BDSM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지거나 열심히 공부하며 몰입하기도 한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고난을 선택하는걸까? 고통과 고난 그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고통과 고난이 없는 평온한 삶은 죽어있는 것과 다르지 않지 않을까?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고난에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고난에 의미가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지갑 속에서 오만원짜리 지폐를 잃어버리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의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의미는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목표에 대한 추구를 포함한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난관, 불안, 갈등 그리고 어쩌면 더 많은 고난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고난에 의미가 따라올 수도 있지만, 의미 있는 여정에는 언제나 고난이 뒤따른다. 하지만 의미가 있기에 고난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느낀 점
여러 리뷰에서 "글을 장황하게 풀어냈지만 결론이 없어서 별로"라는 평이 많았지만, 나는 오히려 나에게 생각해볼 수 있는 꺼리를 던져주어서 좋았다. 삶의 의미, 고통의 의미.. 그런 것은 애시당초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책의 저자인 폴 블룸은 결론적으로 다음 세 가지 주장을 한다.
1. 특정한 유형의 선택적 고난은 기쁨의 근원이 될 수 있다.
2. 잘 살아낸 삶은 쾌락적 삷보다 더 많은 의미를 지닌다.
3. 고생과 난관을 거쳐야 하는 고난은 고귀한 목적을 이루는 한편 완전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 잘 살아낸 삶이란 뭘까? 나에게는 어떤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추구하고 싶은 의미가 있나? 아직 명확한 답변을 스스로 내놓지는 못하겠다. 다만 적어도 내가 선택한 고통과 고난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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